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

작가 소개

@아트뉴스

일본계 독일인인 히토 슈타이얼은 "이 세상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인가?" 라고 되묻는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이며, 동시에 영화감독, 시각 예술가, 비평가이자 저술자다. 그녀의 책에서는 예술(품)과 예술 시장을 '파생파시즘'에 기반해 비판하고 있다. 조금 난해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있지만, 그녀의 관점이 이 난해함을 덜어준다. 

 

 

 

 

1. 데이터의 바다

오늘날 우리가 SNS에 공유하는 이미지와 글들은 빅데이터로 저장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재조정되어 사회, 경제, 정치 등 삶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팬데믹으로 현실의 활동이 점점 줄어들어 디지털 기술 기반 사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히토 슈타이얼은 그의 책 면세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2017)에서 구글맵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오늘날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시각보다는 데이터를 해독하고 처리하는 패턴 인식에 달려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공 우둔함”이라는 용어를 제시해 데이터 기반으로 새롭게 재편된 세계상을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성찰적으로 재사유할 것을 권한다. 

 

2.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디지털 기술 기반 세상에서 우리는 숨을 수 있을까? 사적 공적 데이터가 수집되고, CCTV가 도처에 널려있는 세상에서, 빅데이터와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란 과연 있을까? 구글맵, 인공위성, 드론, CCTV, 항공지도 등의 장치를 통해 세상을 위에서 아래로 조망하게 된 시대다. <안 보여주기>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데이터 수집과 시각적 감시에 대항하여 안 보일 수 있는 방법과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디지털 시각장에서는 해상도, 픽셀이 가시성을 결정한다. 해상도를 통해 파악되지 않으면 무엇이든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고, 픽셀보다 작은 단위라면 카메라의 응시를 벗어난다. 그리고 중요한 데이터로 필터링되지 않으면 디지털 가시성의 장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디지털 공간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결정짓는 건 시각이 아니라 기계가 됨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사라짐으로 안 보이게 되는 방법으로 불량 화소 되기, 무등록자 되기, 국가의 적으로 실종자 되기, 은폐되기 등을 언급한다. 이렇게 소외된 존재는 이미지 스팸, 즉 “빈곤한 이미지”라고 한다.

 

3.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

<타워>, 2015

인공지능, 알고리즘, 로봇 공학 등 오늘날의 첨단 디지털 기술은 진정 인간을 위한 기술인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각종 재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히토 슈타이얼은 우리가 컴퓨터 기술과 웹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의해 내장되고, 감시받고, 조정당한다고 말한다. <타워>, <Hell Yeah Fuck Die> 등에서 작가는 기술 유토피아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술과 전쟁 사이의 내적 연관성을 암시한다. <면세 미술>과 <경호원>을 통해 미술관을 둘러싼 제도, 자본의 분배, 감시와 권력의 시선을 일깨우며 성전으로서의 미술관이 아닌 다양한 사회 현상과 연동된 장소로서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Hell Yeah Fuck Die>, 2016

2010년부터 5년동안 빌보드 차트 노래 제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들을 모아 제목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단어의 모양을 따라 제작된 라이트 박스 의자 설치물과 그리드 형태의 금속 구조물 및 네 편의 영상이 전체 작품을 구성한다. 위 영상에서는 재난 현장에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이 균형 및 복원력 증강 훈련을 받으며 발길질을 당하고 있다😂(왜인지 불쌍해보이는 모습..)

 

<면세 미술>, 2015 작가가 강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

작가의 Lecture Performance를 기반으로 하는 3채널 영상 <면세 미술>은 시공간이 붕괴되고 국경과 민족이 해체되고 있는 이 시대,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운 물리적 영토와 데이터적 지반, 그리고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이 내전 시대에는 더 이상 예술작품을 소장, 전시하는 평화로운 장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본, 권력, 정치의 전쟁이 일어나는 장소로서 역할과 성격이 변질된다면, 공적 미술관의 의무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2가지 사례가 나온다. 첫 번째는 시리아의 영부인이 주도한 국립박물관 설계의 국제 공모가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시위 및 내전에 의해 취소된 경우. 둘째는 터기 디야르바키르의 시립 미술관이 200명이 넘는 야지디족 난민들의 대피소로 사용된 경우를 언급하며 국경과 민족에 대한 정의가 불안정한 시대에 민족을 대표하는 장소로 인식되어 온 공적 미술관의 의무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스위스 제네바같이 면세 구역에 위치한 오늘날 자유항 미술품 수장고의 예를 들며, 주권이 중첩되어 있거나 국가 관할권이 자발적으로 무너진 곳에 자리하는 이러한 미술관은 과거 국가 미술관이 민족에게 있었던 것과 대립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런 유형의 미술관은 인터넷 시대의 미술관이지만 내부 이동을 추적하기 어렵고 데이터 공간이 불투명한, 일종의 다크웹에 해당하는 비밀 미술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 동시대 새로운 미술관의 이면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작가는 공통의 안정적 지반이 무너진 오늘날의 특수한 사회적 지형 가운데 등장한 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면세 미술'이라는 양가적 의미로 간파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개방 수장고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개방 수장고로 개방형 수장고가 존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수장고는 스위스의 샤울라거 미술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랑스 박물관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둘은 국가 재단에서 운영하고 국가에 소속된 작품을 수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참고로 올 해초 두바이 엑스포 프랑스관에서 진행된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서 2026년 운영을 목표로 자가용 항공기와 소형 전세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조성될 공간에 '아트허브 미술품 수장고 개발사업'을 위해 제 3자 제안공고를 냈으며 "고가의 미술품을 단순히 보호하고 보관하는게 아니라 홍콩의 소더비처럼 미술품 경매시장으로 이어지며 아트페어들을 유치한다면 미술 산업 진흥과 신흥 항공수요 창출 및 주변 지역 개발 가속화가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2024년 개장을 목표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 분관 유치도 추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 미술품들을 한국에 유치하려 할 때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지정학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종전 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라는 점에서 해외 컬렉터들이 자신의 자신을 한국에 둘 때 우려하는 문제로 작용할 거 같다. 초기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단점이 또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외 미술품들의 국내 수장을 통한 수익 확보, 한국에 미술품을 수장한 컬렉터들의 한국 방문을 통한 미술 시장 확대, 미술품 운송 및 포장과 관리 및 복원 등의 연관 산업 성장등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문제를 극복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미술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4.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유동성 주식회사>, 2014

이 영상은 전 지구적 네트워크 시대로 일컬어지는 오늘날 금융, 자본, 데이터, 사람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상을 물의 이미지(날씨)로 표현한 영상 설치 작품이다. 베트남 전쟁 출신의 고아로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투자 자문가로 일하다가 2000년대 후반 세계 경제 위기에 격투기 선수 및 격투기 해설가로 활약한 제이콥 우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Weather is money', 'Weather is terror', 'Time is money'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유동성을 현금과 자본, 금리조정, 상품의 순환, 공장의 해외 설비, 인터넷 기반 정보 이동 등에 비유한다. 또한 쓰나미, 제트 기류 역전, 무역풍이 거꾸로 불어오는 현상 등의 기상 이변은 다우존스 하락과 같은 금융위기를 상징하며 이를 기업의 데이터 클라우드의 사유화와도 연결짓는다.

 

5. 기록과 픽션

기록과 픽션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작가의 초기 다큐멘터리적 영상 실험을 기록과 픽션, 진실과 허구의 맥락에서 보여준다. 슈타이얼은 이 시기 건설 현장, 축제, 시위 현장, 공동묘지 등을 직접 방문해 노동자, 시위자들을 인터뷰 했다. 영상은 주로 유대인, 흑인, 이민자 등 이름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목소리를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반유대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 등 인종과 종교를 내세워 현실 속에 침투하고, 어느 순간 권력이 장악한 불합리한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다.

<비어 있는 중심>, 1998

이 영상은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과 국회 의사당 사이를 '비어 있는 중심'으로 바라보며 제2차 세계 대전과 냉전 시기,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이 중첩되는 과정을 8년에 걸쳐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일명 '죽음의 띠'로 불리게 된 이 공간은 통독 후 초국가적 기업에 의해 재건되기도 하였다.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인종 차별, 저임금 이주 노동자를 반대하는 건설 노조 시위가 일어나는 사회적 배제의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코로나 확산 후 국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난과 차별 심화, 미국 내에서 일어난 아시아인 증오범죄와 같은 사례가 떠오르는 영상이었다.

 

<바벤하우젠>, 1997

독일 헤센주 바벤하우젠에서 있었던 유대인 가족 추방의 연대기에 관한 영상이다. 1953년 바벤하우젠으로 이주한 메린 가족이 1993년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유대인 가족으로서 겪어야 했던 인종주의적 차별과 위협의 순간을 시간적으로 담아내었다.

이민자 그룹 '카페 모건랜드'의 한 멤버에 의해 촬영되었고, 화면은 화재로 타버린 메린 가족 집의 폐허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비춘다.

독일의 통일 이후, 메린 가족은 주 정부가 우익 정당에 선거비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는 반유대주의자들의 협박, 죽음의 위협으로 돌아왔다. 바벤하우젠은 메린 가족이 떠난 4년 후 그들이 살던 집을 누군가가 화염병으로 불태워 유대인 없는 도시가 되었다. 메린 가족은 이 집을 팔거나 수리하지 않고 그 현장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전시가 2022년 본 전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전시였다. 나는 항상 전시를 보러 가면 작품이나 작가에만 집중할 뿐,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전시를 통해 미술관-관객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된 거 같다.

또한 디지털&예술 작품을 만들고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성찰적이고 비판적일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무료 및 할인 대상자
- 무료: 만24세 이하, 만65세 이상, 대학생, 국가유공자 등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및 해당 카드 소지 필수!)
- 할인: 아시아나클럽일반, 우수, 다둥이카드 소지자, LG유플러스 멤버스 앱 회원
🎫 예약필수
4,000원 - [서울] 통합전시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165-10
⏰ 
전시 기간: 2022.04.27~2022.09.18
관람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AM~6PM
                  수, 토 야간개장: 10AM~9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