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_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21.05.09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는 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프랑스의 애꼴 드 파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다방과 술집에 모여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 인식을 공유하며 함께 '지식의 전위'를 부르짖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떠한 사회적 모순과 몰이해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에술가들 사이의 '연대감'을 통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 추동력을 얻었습니다. 

 

한국 근대기 문학인과 미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들을 발굴하고 소개한 이 전시를 통해, 비록 가난하고 모순으로 가득찼던 시대 한가운데서도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풍요로웠던 예술가들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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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웅의 그림들

 

한국 최초의 야수파 화가 구본웅

구본웅은 서울 신명학교 재학시절부터 시인 이상과 친교를 맺어 평생 함께 어울렸던 죽마고우였습니다.

일본대학 예술과에서 이론을,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실기를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그 당시 일본에서도 상당히 선진적인 예술사조를 추구하였으며, 인상파 위주의 아카데미즘이 팽배하던 시기에 야수파와 표현파의 색채를 띈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였습니다. '인형이 있는 정물'은 그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개인전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인쇄소 겸 출판사 '창문사'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입니다. 이 작품의 소재를 처음 알아낸 유족의 증언에 의하면, 이상이 운영하던 다방 중 하나에 걸려있었다가 그 다방을 이 그림과 함께 인수한 사람으로부터 재구입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정확한 소재이력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실제로 이상이 운영하던 다방에 구본웅의 작품이 종종 걸려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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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형이 있는 정물, 1973년 캔버스에 유채, 삼성 미술관 리움 소장

그림에는 테이블 위에 신문과 잡지, 목각 인형과 서양과일이 아무렇지 않게 겹쳐져 놓여 있는데, 

잡지 중 하나는 프랑스의 유명한 미술잡지인 Cahiersd'Art입니다. 당시 예술가들은 실제로 일본을 통해 프랑스의 미술, 영화, 문학 등을 익히 알고, 거의 동시대적으로 향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3️⃣여인_1930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여인은 친구의 초상과 더불어 구본웅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구본웅의 전위적인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양화에서 흔히 다뤄지는 여성의 누드를 소재로 한 것이지만 '에곤 실레'의 누드화처럼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노란색, 빨간색, 녹색 등 실제 얼굴에서는 보이지 않는 색을 강한 붓터치로 그대로 살려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4️⃣푸른 머리의 여인,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삼성 미술관 리움 소장

5️⃣비파와 체리, 1927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보나르의 영향이 보이는 비파와 포도(체리), 대각선 구도와 과감한 생략에 의한 묘사는 야수파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광주리의 흰색과 그 속에 담긴 비파의 황색이 아름다운 색채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화면이 오래되고 손상이 심하여 날카로운 색의 대비는 알 수 없으나, 높은 차원의 색채의 조화미가 실현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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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술조의 그림들

1930년대 자유분방함의 대표 황술조

그는 여유와 자유분방한 성격이 낳은 격조 높은 예술관을 구축했으며, 풍부한 표현적 수법과 독특한 해석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한국미술사에서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대로 한방의원이면서 백석이나 수확을 거두는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고, 그는 일찍 상경해 양정 고보를 마치고 도일해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귀국 후 개성의 호수돈고등여자보통학교와 개성상업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5년 정도밖에 못하고 ‘화인’으로 돌아오고 작품제작에만 몰두하다가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양조장을 하는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형의 도움으로 그저 화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이 시기에 비교적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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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나부, 1938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 현대미술관 소장

2️⃣정물, 1930년대 캔버스에 유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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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의 그림들

일제강점기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

유영국은 1916년 경상북도 울진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1930년대 세계에서 가장 모던한 도시 중 하나였던 도쿄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포화 속에서 귀국,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부로, 양조장 주인으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55년 이후 서울에서 본격적인 미술활동을 재개하며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신상회 등 한국의 가장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았습니다. 돌연 1964년 미술그룹 활동의 종언을 선언하며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2002년 타계할 때까지, 오로지 개인 작업실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일에만 몰두하며, 평생 400여점의 아름다운 유화작품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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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품>, 1940, 캔버스에 유채

2️⃣<작품>, 1940, 캔버스에 유채

3️⃣<작품>, 1940, 캔버스에 유채

유영국의 작품에서는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가 주인이 되어 등장합니다. 이들은 서로 긴장하며 대결하기도 하고, 모종의 균형감각을 유지하기도 함으로써,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 등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추상화된 조형의 힘은 오히려 더욱 더 직접적으로 자연의 '정수'에 다가가는 체험으로 관객을 이끕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99, 시청역 1번 출구 근처
⏰관람시간
화,목,금,일요일 10:00am - 6:00pm
수, 토요일 10:00am - 9:00pm
(6:00pm - 9:00pm야간개장)
휴무일: 매년 1월 1일, 매주 월요일
📞02-2022-0600